||0||0날 뜨거울 때 크리스탈교회에서는 황혼을 기다리다
황혼이 끝내 우리를 저버리자 장선생님과 선배님들은
그 텅빈 마음을 국수라도 채우고자 하여 자리를 옮겼습니다
큼지막한 바지락을 듬뿍 담아준 국수를 먹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설마 이것이 최후의 만찬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리토스도서관으로 가서는 지옥의 화끈함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반나절은 천국인지 예수님이 줄창 지키고 계신 곳을 갔었는데
저녁 먹고 지옥을 구경하게 되었으니 천국과 지옥을 패키지로 관광한 건
아마 단테 이후로 우리 일행이 처음일 겁니다.
지옥이 달래 지옥이 아니더군요 처음엔 퍼런 도너츠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시뻘건 불사자가 되어 어슬렁거리질 않나
또아리를 뜬 불뱀이 레이저를 발사하지 않나
물바닥에 싱크홀을 만들더니 화룡이 하늘로 솟아 오르지 않나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으르렁대며 지옥문으로 들어가지 않나
커다란 꽃처럼 아가리를 활짝 연 괴물이 황산을 뿜어대지 않나
연못에는 핏물이 검게 엉겨 진득해진 곳을 어슬렁대는 청동상어가 있고
암튼 어마어마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사진들이지만 얘기만은 실화입니다
지옥에 못 가보신 분은 아예 말도 꺼내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