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원에게 물었다. 그 누가 암벽등반하러 온 팀이 있었냐고. 연전에 불가리아와 동독 팀이 왔었다고 한다. 그래 ? ! 하며 나는 암벽등반화 끈을 불끈 조였다. 산을 향해 눈을 드니 온정리 남쪽 기슭에서 융기하는 집선연봉(사진 뒤 가운데)으로부터 시작해(오른쪽으로) 채화봉-장군봉-일출봉-월출봉-비로봉-옥녀봉-상등봉-온정령, 그리고 지금 오르고 있는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금강의 주능선이 민족의 빼어난 슬기를 펼치듯 눈물겹도록 수려한 선을 그리며 전개되고 있었다. 故 감 관 형을 Belay 보며
바위는 오랜 풍화작용으로 심히 마모되어 있고 급경사를 이룬다. <금강내기>라는 강풍이 희몰아 친다. 벽공에 노출돼 있는 몸 뒤로 늘어진 로프는 강풍에 심히 펄럭거린다. 얼마든지 추락할 수 있는 절박한 순간, 어머님과 아내 아이들의 얼굴이 스친다! 나는 기도하여야 했다. 혼신의 힘을 주면서 "오 하나님 !" 하고 외치며 난관을 통과한다. 애탄 손톱자국을 바위에 남기고서야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무사히, 안전히 오름에 감사했고 가슴은 벅찼다! 사진: 암벽 중간 구간에서 나, 故황영휘형, 故감 관형
Yodel 외쳐 불렀다. 산과 계곡을 흔들어 놓고 요들은 관음연봉과 구룡련 계곡을 넘어 세존봉과 집선봉 능선까지를 휘돌며 금강에 메아리친다. “요들레리이호―” 민족의 염원을 민족의 명산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 불렀다. 요들의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고 일만이천봉 멧부리에 잦아 스며들고 있었다… 통일이 되어 이곳에 다시 올라 요들을 외쳐 부를 때 마중나와 함께 외칠 그날을 예비하면서….
동해로 흘러 내리는 남강이 보인다. 6.25때 피아 구분없는 핏불로 뻘겋게 물들어 흘렀다고 한다...
수정봉 정상에서: 故 Dr. 황영희형, 나, Dr 오흥조형, 故 감 관형(제일 앞). 사진은 한국일보특파원 박세훈형. 5/21/89 10:20 am
